갑상에 자리한 나는 으레 생선의 가운데 토막 중에서 등 부분의 살코기만 먹었다.
할아버지가 가시 없는 부분을 뚝 떼어 내 밥에 올려놓으시곤 했고, 그러다 보니
나는 당당히 그 부분만 먹을 권리가 있는 것이라 알게 되었다. 아버지는 멀컹멀컹하고
재미없는 부분 배 부분을 드시거나 뼈를 씹어 자시였다. 좋은 부분을 놓아두시고
왜 하필 그런 것을 자시느냐고 물어 본적 있는데, 진짜는 그것이 맛있는 부분이라고
대답하셨던 기억이 난다.
그 뒤 40여년이 지난 뒤 얼마 전에 우리 아이들과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3대가
한 상에서 식사를 할 때였는데 무심코 내 젓가락은 조기조림의 복부(배때기)를
헤집고 있었다. 큰놈은 습관대로 등허리 부분의 살코기를 헤집어 먹었다.
아버지는 큰 놈이 헤집고 난 곁 부분의 살코기를 뭉텅 떼어다가 둘째아이의 밥 위에
올려놓으시는 것이었다. 40여 년 전의 갑상의 형식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.
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다른 것은 아버지는 지금도 당신의 아들과 마찬가지로 복부와
뼈를 자시려드는 것뿐이었다. 50을 바라보는 이 아들이 아직도 살코기밖에 못 먹는 줄
아시는지. 아니면 가시를 삼킬까 걱정이 되셔신지, 그것도
아니라면 복부와 뼈야 말로 생선의 가장 맛있는 부분이어서 그러시는지.
나는 얼마 있다가 손주를 보면 생선의 살코기를 덜렁 떼어다가 그놈의 밥 위에
올려놓게 될 것이며, 그놈의 아비인 우리 아이들은 배때기와 가시의 맛을 그제서야
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. 쇠고기를 구워도 빨간 살은 제 아이들이 먹고, 저희들은
기름기가 섞인 조각을 먹을 줄 알 것이며, 갈비는 제 아이들이 대충 뜯다 버린 뼈를
갉아 먹으며 이게 정말로 맛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.
생선은 배때기, 뼈, 대가리, 고기는 기름기가 섞인 조각과 뼈와 밀착된 힘줄,
오징어는 다리와 귀때기가 맛있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의 체험으로 알게 되면서
사람은 어른이 되어간다.
유병석. 자반을 먹으며 中
생애 이런 글을 써낸 유병석 선생은 진정으로 행복하셨을 것이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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